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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행 부총장, 중앙일보 "비즈 칼럼" 기고 - <대학 창업 성공률 1%, 그 민망한 현실>

  • 이석호
  • 등록일 : 2014.03.21
  • 조회수 : 1939

 

 

 

 

대학 창업 성공률 1%, 그 민망한 현실

 

 

이관행 교수

 

 

  우리나라는 몇십 년째 창업 진흥을 통해 생산성이 높은 고품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990년대 초에는 벤처 붐이 일어나면서 공과대학의 경우 실험실마다 창업을 해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99%가 실패로 돌아갔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독일은 철저한 실습 위주의 교육과 산업현장 전문가에 의한 창업교육을 하고 있다. 영국은 우리와 비슷하게 자원이 부족한 국가지만 세계 문화예술 및 창조산업의 발상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인구당 창업 기업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캐피털 규모가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같은 창업 선진국에서 배울 점은 많지만 그들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지 않고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답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고급 인력은 대학이나 연구소·대기업에 자리를 잡는 것을 선호한다. 손에 기름을 묻히는 ‘골치 아픈 창업’은 할 생각이 없다. 따라서 공과대학의 실험실마다 창업을 권하는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잘못됐다. 언제든 힘들면 그만둘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교수들이 성공 확률이 낮고 리스크가 큰 창업을 해 성공하는 것은 애초부터 승리하기 힘든 싸움이다.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는 창업 교육과 창업지원 시스템, 벤처캐피털의 투자액 규모 등 생태계에 필요한 요소들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반면에 대학에 이공계 박사학위자는 많으나 창업을 지도하기에는 전문성이 많이 떨어진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몇 가지 해결 방향을 제시해 본다.

 

  첫째로 교수는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연구에 전념하고 아이디어를 이용해 창업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하는 이스라엘의 와이즈만연구소와 같은 분담체제가 바람직하다. 논문 쓰기에 열중하고 있는 교수들이 사업까지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둘째로 대학에서 창업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산업체 경험을 가진 인력을 전임교수로 수혈할 수 있도록 공과대학의 인사규정이 개혁돼야 한다. 논문 쓰기 위주의 인사규정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산학협력을 외쳐도 교수들에게는 부수적인 일이 되고 만다.

 

  셋째로 지방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돕고 지방에서도 창업이 성공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독일 전역의 주립대학들과의 협력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 프라운호퍼나 라이프니츠와 같은 연구소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출연연구기관을 독일처럼 각 지역에 배치해 대학과 협력하면서 지방의 중소기업 기술개발을 돕고 벤처 창업을 지원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선 ‘창업문화와 생태계 조성’이 관건이다. 선진국의 경우 성공한 롤 모델이 존재해 그들의 성공을 보고 도전하는 젊은이가 많고 따라서 젊은이들끼리 만나면 자연스럽게 창업을 얘기하는 문화가 조성돼 있다. 우리도 젊은 학생들이 창업에 대한 꿈과 열정을 가지고 이공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창업생태계와 문화를 키워가야 할 것이다.

 

 

이관행 GIST 부총장/공학한림원 회원 (2014년 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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