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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됐다. 이른바 ‘노벨상 주간(週間)’이다. 특히 올해는 발표 첫날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교토대)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2010년 노벨 화학상 이후 2년 만에 노벨 과학상(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를 낸 일본은 과학 분야 수상자만 16명을 배출하게 됐다. 반면 올해도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한국 과학자의 이름은 없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모두 발표된 직후인 지난 11일 한국과 미국의 과학기술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영준 지스트(GIST) 총장,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지스트를 방문한 장-루 샤모우(Jean-Lou Chameau) 칼텍(Caltech) 총장은 올해 노벨 과학상을 화두로 노벨상을 32회 수상한 칼텍의 저력, 한국 과학의 미래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지스트 총장실에서 진행된 이날 대담은 조선일보 이영완 기자(과학담당)의 사회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15/2012101500239.html)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15/2012101500237.html)
“칼텍 노벨상 비결은 최고 인재들의 도전적인 연구 수행”
사회자=이웃나라 일본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벌써 10명이 넘는다. 반면 1등, 최고를 추구하는 한국은 아직 수상자가 없다. 왜 그럴까?
김영준 총장(이하 김)=일본은 1950년대부터 기초과학에 투자해 왔다. 기초과학의 특성상 결실을 맺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된다. 한국은 빠른 기간 성장하기 위해 신기술, 공학에 집중해왔다.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한 단계 진일보하기 위해 기초과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IBS의 출범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기초과학의 결실을 보게 될 것이다. 다만 시간이 소요될 뿐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이 단기적으로 끝나선 안 된다.
오세정 원장(이하 오)=스위스는 규모가 작은 국가이지만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중요한 것은 분위기와 정신이다. 스위스는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투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은 추격하느라 급급했다. 칼텍은 규모가 작지만 세계 최고의 학교다. 규모와 관계없이 창조성을 기반으로 열심히 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참고 기다려야 한다. 일본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6년이라는 짧은 연구 결과로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희망적인 것은, 과거엔 30년 이상 연구해야 했지만 최근엔 그래핀이나 야마나카 교수가 보여주듯 단기간에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연구를 모방하거나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혁신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샤모오 총장(이하 샤)=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기초과학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도 시간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노벨상 수상자는 한 명이지만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 년 간의 연구가 축적돼 노벨상이 수여된 것이다. 2004년 노벨상을 수상한 칼텍의 데이비드 폴리처 교수는 노벨상 수락 연설에서 “노벨상은 혼자의 것이 아니라 연구에 기여한 30~40명의 과학자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에 필요한 것도 시간이다. 조금 참고 기다려야 한다.
사회자=칼텍은 지금까지 31명(32회)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비결은 무엇인가?
샤=칼텍의 비결은 최고의 인재들이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칼텍은 노벨상 수상 이력뿐만 아니라, 화학·물리학·생물학·공학·DNA 염기서열·유전학·지진학·리히터 스케일 등과 같은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견과 연구 업적을 이뤄내고 있다. 이러한 실적은 칼텍의 첫 총장인 밀리칸 박사 덕분이다. 그는 소수정예의 엘리트 학교를 추구했다. 우리는 최고 인재들을 초빙해 도전적인 과제와 학제를 뛰어넘는 융합 연구를 장려한다.
김=칼텍의 문화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다. 또 칼텍의 교수진 80~90%가 전임교수다. 교수 임용 기준은 매우 까다롭지만, 일단 임용되면 임기가 보장된다.
샤=우리는 교수들이 성공하길 바란다. 학교 입장에서 교수는 ‘투자’와 같다. 교수들이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 투자가 된다. 말씀하신대로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칼텍의 문화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자신과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최고의 과학자,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동료 교수와는 협력을 잘 한다.
사회자=노벨상은 주로 최초의 과학적 성과를 기준으로 수여한다. 하지만 최근엔 응용 가능성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하지만 기초과학 연구자에게 응용은 갓난아이에게 장래 무엇을 할지 묻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존재한다. 기초과학과 응용기술 사이의 갈등 또는 사회적 압박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샤=1939년 프린스턴 고등과학연구소의 초대 소장인 플렉스너 박사가 ‘쓸모없는 지식의 유용성’이라는 논문에서 무선통신을 발명한 마르코니 사례를 들었다. 마르코니의 발명도 수십 년 전 맥스웰과 헤르츠의 전자기파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맥스웰과 헤르츠의 발명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플렉스너 박사의 논문이 주는 메시지는 ‘기초과학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은 기초과학이 언제 어떻게 응용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장 응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기초과학을 소홀히 한다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줄기세포나 양자광학의 경우 응용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노벨상을 수상했다. 순수과학의 중요성을 노벨상이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없었다면 30~40년 전에는 상상조차 못한 휴대전화와 같은 mobile device는 발명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그와 비슷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자기 유도법칙을 발견하자 영국의 왕이 어떤 쓸모가 있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 당시 마이클 패러데이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쓸모가 생기지 않겠냐”고 대답했다고 한다.
샤=또 다른 좋은 예로 인터넷이 있다. 인터넷은 응용 연구에 속한다. 인터넷의 유래는 미 국방부의 군사용 네트워크인 아르파넷(ARPANet)이었다. 군사 네트워크 도청 등 그 용도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것이 15~20년 후 지금의 인터넷이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사회자=칼텍은 공대이지만 기초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저력을 보이고 있다. 처음부터 공학과 기초과학 중 기초과학에 중점을 두겠다고 선택한 것인가?
샤=칼텍을 풀어서 말하면 ‘캘리포니아 공대(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술보다 ‘과학’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교 이름을 California Institute of ‘Science’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화학, 물리학, 생물학, 지구물리학, 천체물리학 등 순수과학 분야의 교수진과 학생 규모가 공학보다 훨씬 컸다. 또 학문 융합은 칼텍의 최고 강점 중 하나이다. 물리학과 공학, 생물학과 화학, 화학과 물리학, 컴퓨터공학과 사회학 등 학제 간 융합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칼텍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학제 간 협력이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연구 프로젝트가 학문 융합적 성격을 띤다. 칼텍은 협력하는 문화를 중시한다. 규모가 큰 경우에는 협력 또는 융합이 그만큼 어렵다. 물리학자가 100명이라고 하면 물리학자들끼리만 교류가 있을 것이다. 지스트와 IBS도 규모가 작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칼텍 교수들이 지스트를 원했다”
사회자=융합연구의 경우 규모가 작아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규모가 큰 과제를 수행할 경우 다른 대학이나 외부 연구소와의 협업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스트도 칼텍과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안다. 칼텍이 한국 대학과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은 지스트가 처음인데, 파트너 대학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샤=최고가 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칼텍과 동일한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지스트의 경우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이 있다. 유능한 교수진과 학생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고, 교수진과 학생 간 협력을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분위기상 칼텍과 지스트는 서로 잘 맞는다. 협력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이다. MoU 서명은 총장인 내가 했지만, 지스트를 파트너 대학으로 선택한 것은 칼텍의 교수진이다. 칼텍의 교수진들이 지스트 교수진과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하길 원했다. 함께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면 총장이 MoU를 체결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난 3년 간 칼텍 교수가 지스트에서 강의하고, 지스트 학생이 칼텍에서 공부하는 등 두 기관이 좋은 관계를 구축해 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진 간에 공통의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사회자=지스트는 몇 년 전부터 칼텍의 제도를 많이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내용과 성과를 설명해 달라.
김=샤모우 총장님 말씀대로 지스트와 칼텍은 소수정예 엘리트 학교를 추구하고, 자율적인 연구 문화를 장려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가치를 공유한다. 지스트 학부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이관행 부총장(당시 지스트대학장)님이 여러 차례 칼텍을 방문해 교육시스템과 연구소에 대한 벤치마킹을 수행했다. 초기부터 칼텍을 모델로 삼았고, 그래서 소수정예의 대학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지스트대학의 학생 규모는 300여명 정도다. 칼텍과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앞으로 상호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사회자=칼텍의 ‘SURF’라는 프로그램이 특히 흥미롭다.
샤=‘SURF’는 Summer Undergraduate Research Fellowships의 약자로, 여름학부 연구장학생 프로그램이다. 칼텍 학부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리서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학부 1~2학년을 대상으로 어떤 교수와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1~2쪽 분량의 연구제안서를 작성케 한다. 칼텍 학부 학생들은 대개 1~3개의 SURF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여름 동안 실제 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한다. 대학원생이나 포닥 연구를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연구’를 수행한다. SURF는 30여년 전 처음 시행된 전통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참여한 학생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학교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졸업 후 어떠한 활약을 펼치는지 주시한다. SURF를 통한 경험은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
김=작년에 칼텍 학생이 SURF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해 2개월 동안 내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했다. 지스트 학생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지스트는 칼텍의 SURF를 모델로 G-SURF를 운영하고 있고,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해 왔다. 학생 100명 중 70명이 올해 G-SURF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강의는 젊은 과학도들의 아이디어를 배우는 시간”
사회자=대학 교수는 ‘연구’와 ‘교육’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강의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연구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강의와 연구 간의 갈등 해소법이 있다면? 연구 수행을 위해 강의를 줄이는 것이 해법일까?
샤=자주 듣는 질문인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교수의 역할은 연구와 교육 두 가지다. 연구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은 함께 성장이 가능하다. 강의실에서만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교육과 연구를 잘 통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랐고, 미국에서 교육받았다. 연구와 교육이 잘 통합된 것이 미국의 교육제도의 강점이다. IBS도 연구와 교육 통합을 잘 해야 한다.
오=한 학기에 2~3과목을 강의하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한 과목 정도 강의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교수에게 강의는 좋은 기회다. 일본에서 개최된 STS(Science and Technology in Society) 포럼에서 ‘21세기 대학 교육’이라는 주제의 세션이 있었다. 그때 학생들과 강의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는 하버드 대학 교수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샤=좋은 지적이다. 칼텍의 SURF 프로그램은 좋은 아이디어의 원천 역할을 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어리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영감을 제공한다.
오=어린 학생들에게 불가능한 것이란 없다. 오히려 교수들이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김=지스트 총장으로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스트는 연구중심대학이기 때문에 학기당 한 과목 정도로 교수진의 강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연구대학이기에 앞서 교육기관이다. 연구 때문에 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교수평가에서도 연구 못지않게 교육 부문의 성과를 중시 여긴다. 결국 교수도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지 않은가.
“정부, 젊은 과학자에 투자해야”
사회자=올해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대선이 치러진다. 모든 후보가 과학기술 분야를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실제로 정부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샤=미국에선 1950년대 2차 대전 이후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기구가 많이 생겨났다. 국립과학재단이나 NASA, NIH 등이 대표적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은 미국이 과학기술뿐 아니라 경제 강국이 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든 관계없이 동일한 정책적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김=한국에서도 대선 후보 3명 모두 과학기술의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지속성’과 ‘고용 안정’이다. IBS 등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유지돼야 하고, 50개 연구단 유치도 계속돼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의 대부분이 인력이 아닌 인프라에 이뤄지고 있다. 인재, 특히 젊은 과학자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을 통해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 10년 임기를 보장하는 IBS 프로그램이 좋은 예이다.
오=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상용기술 개발에 집중해 왔다. 초기에는 민간기업의 규모가 작아서 정부 주도로 개발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민간 기업이 상용기술 개발을 더 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정부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응용연구에 정부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기초연구로 전환돼야 한다. 기초과학 부문의 투자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초과학 부문 특허의 70%가 정부에서 투자한 연구에서 나왔다.
사회자=한국의 경우 과학고 졸업생 등 우수 학생들이 기초과학을 외면하고 의대에 진학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을 과학계로 유인하는 방법이 없을까?
오=근본적인 이유는 과학이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의사나 변호사가 과학자나 엔지니어보다 수입이 더 좋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과거에는 생계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해 의사나 변호사를 선호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가수가 됐든, 댄서가 됐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도 잘 살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한국의 교육도 변해야 한다. 소득 외에 과학자로서의 자긍심도 중요하다. 1960~1970년대 해외 유학생들은 지금보다 수입이 낮았지만 공부를 마친 후 고국으로 돌아와 연구하고 가르쳤다. 과학자로서 존중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주택 등 어느 정도 특권이 주어졌고, 국가 발전에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자긍심을 느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소득과 자긍심, 이 두 가지 문제가 해소된다면 유능한 인재가 과학계로 많이 유입될 것이다.
샤=미국의 경우 과학, 수학, 공학 분야의 학생 수가 감소하지는 않았지만 수 년 동안 겨우 현상 유지만 됐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경기침체 때문이다.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학생과 가족들이 졸업생 취업률 통계를 찾아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이공계 졸업생들만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김=지스트 학사과정 학생의 상당수가 과학고를 졸업했다. 지스트는 과학고에서 학부, 대학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과학에 관심만 있다면 길은 열려 있다. 사회적 인식 등 변화가 일어나려면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길은 있다.
사회자=일반인들은 ‘과학이 필요하다’고 인식하지만 지루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이란 무엇일까?
김=과학은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또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뤄 낼 경우 보상도 주어진다. 의학은 기본적으로 실용 분야이다. 실수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과학은 연구하는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운 발견을 해 나가는 것이다.
오=과학자는 어린이처럼 호기심이 가득한 세상을 산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벌이도 할 수 있다. 또한 국가와 인류에 도움이 된다. 현재 우리 앞에는 기후변화, 환경문제, 에너지 부족 등 기존 기술로는 해결이 힘든 여러 당면 과제들이 있다. 새로운 발견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연구하지 않으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과학자는 개인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동시에 국가와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다.
샤=오늘 오전에 지스트 학생들에게 강의를 했다. 학생 모두 호기심과 새로운 것을 탐험하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가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주제를 탐험하는 것은 계속 장려해야 한다. 강연에서 지난 8월 촬영한 화성 탐사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소형차 크기의 화성탐사로봇이 성공적으로 화성에 착륙한 후 매일 수백만 명이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새로운 발견을 통해 기술이 개발되고, 이는 다시 삶의 질 향상과 수명 연장으로 이어진다. 과학자는 그 누구보다도 인류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끝>
지스트 홍보기금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