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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 입지선정, 왜 불공정한가

  • 남궁수
  • 등록일 : 2011.05.23
  • 조회수 : 2960

 

과학벨트 입지선정, 왜 불공정한가

 

이명박 정부는 지난 5월16일 우리나라를 6개월간 분열과 혼란 속에 들끓게 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최종 발표했다. 온 나라의 이목이 집중되고,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 대규모 국책사업의 결론치고는 안타까운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대통령이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는 당연한 전제 아래 유치 전략을 세웠었다. 그런데 결국 대전의 대덕특구가 거점지구로 결정됐다. 이왕에 이럴 것이라면 애초 충청권으로 가기로 했던 대통령 공약을 왜 파기한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왜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원점 재검토한다고 해 온 나라를 분열과 반목의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이번 과학벨트의 심사 자체는 심각한 오류와 치유할 수 없는 하자를 가지고 있다. 기초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나라 기초과학의 발전을 통한 선진과학강국을 염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결정은 매우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며 비과학적 결정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첫째, 선정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됐다. 지난 5월11일에 개최된 입지평가위원회의 정성평가 결과는 밀봉 후 금고 속에 보관하다가 5월 16일에 개봉되어 정량평가 결과와 합산, 최종 대상 부지를 선정토록 되어 있었는데, 이미 사전에 대덕으로 확정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결과 발표도 그대로였다. 발표시점도 6월에서 5월 18일로, 그리고 갑자기 5월 16일로 앞당겨졌다. 보다 훨씬 중요하고 결정적인 하자는 특별법 제9조에 명시된 입지요건 중 유독 ‘지반의 안정성과 재해 안전성’ 항목은 세부평가 기준 없이 단지 적격·부적격 판단으로 대신했다는 것이다. 광주는 지난 78년 이래 진도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어 타지역에 비해 절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항목이었다.

 

둘째, ‘부지확보 용이성’의 측면에서도 하자가 발견된다. 평동 군 훈련장 이전 부지 660만㎡(200만평)은 국유지로써, 대상지들 중 가장 저렴하고 개발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현재 국방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였고 양여사업 승인 공문까지 받아서, 그 중 100만평은 무상 제공 용의까지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이 부지가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단 한차례의 현장 실사나 검증 절차도 없이 심사대상에서 제외해버렸다.

 

셋째, 2009년 수립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에는 거점지구의 최소 면적이 100만평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를 갑자기 165만㎡(50만평)으로 축소했다.

 

넷째, 5개의 입지요건 중 ‘연구 및 산업기반의 집적도 및 조성 가능성’ 항목은 연구기반과 산업기반으로 나누어 평가 가중치를 무려 55.2%나 부여했다. 필자는 지금까지 모든 평가에서 이 같은 가중치가 주어진 것을 본 적이 없다. 연구만이 제일 중요한 연구프로젝트 평가에서도 프로젝트의 우수성이 40%를 넘는 경우도 없었다. 왜곡된 가중치 배정으로 그간 국가가 집중적으로 연구기반을 조성해 온 대덕연구개발특구지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평가가 이루어진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이 항목이 가장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출연연구소들이 그토록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었다면 왜 막대한 예산을 더 들여서 다시 연구소들을 만드는 것인가? 필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조성 취지는 기존의 연구소 체제로는 질 좋은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해서 이번 과학벨트의 입지 선정 과정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불공정한 것이었다. 미리 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문제를 바꾸어가는 이상한 방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그 어느 누가 억울해 하지 않고 승복할 수 있겠는가?

 

기초과학의 발전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지기를 염원하는 과학자로서, 정부가 이번 결정의 오류를 바로 잡고 지역균형발전과 과학입국의 100년 대계 차원에서 대결단을 내려주길 간절히 바란다.


<김진의 과학벨트 광주유치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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