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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성공을 위한 조건
김철 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
대학뿐 아니라 전국의 과학고와 외국어고를 비롯, 과학영재교육원 등에서도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교육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이명박 대통령도 내달 첫 대책회의 의제로 입학사정관제의 활성화를 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원 학생의 교과·비교과적 역량과 배경, 성장 맥락 등을 살피면서 잠재력을 평가해, 해당 교육과정을 마친 후 바른 가치관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입학사정관제도의 목적이다.
이는 공교육의 정상화나 사교육비 감소라는 정책적 이유보다 더 근본적인 목적이다. 다만 입학사정관의 평가는 일정 부분을 정성(定性) 평가에 의존하고 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에 근거하는 탓에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다.
그래서 입학사정관제는 준비가 철저해야 하고 평가자들의 전문성과 지속적 교육훈련이 꼭 필요하다.
이런 기본 요건이 전제된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입학사정관제 관련 모든 주체의 서로에 대한 신뢰이다. 입학사정관은 중·고교의 추천서·학생부 등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 이것은 공교육 시스템과 그 중심에 있는 교사들에 대한 신뢰를 뜻한다. 중학교는 고교의 입학전형에 대해, 고교는 대학의 입학 전형에 대해 신뢰를 보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신뢰의 선순환이다. 입학사정관제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서로 신뢰를 주고받는 구조만이 제도를 더욱 발전시키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입학사정관들의 평가가 우선적으로 믿을 만해야 한다든지 혹은 교사들이 작성하는 추천서가 신뢰성이 전제돼야 한다든지 하는 등 신뢰성 여부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순차적인 신뢰의 순환이 아니라 각각의 개체가 동시 다발적으로 신뢰 모드(mode)로 들어가야 한다.
지금은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 부족함을 채우기를 촉구하는 것 자체도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세종시 논란에서 보듯, 신뢰의 선순환이 깨지고 불신의 악순환에 빠지면 결국 파국에 이르거나 상처만 남는다. 창의성에 기초하는 지속적 성장동력을 필요로 하는 국가적인 필요와 사회 문화 발전 및 청소년 세대의 변화에 비추어서도 입학사정관제는 꼭 정착되어야 할 제도이다. 모든 주체가 신뢰의 선순환에 참여하면 제도는 발전하며 신뢰성은 더 높아진다.
<2010.2.25 조선일보 사설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