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ltimedia mosaic of moments at GIST
창의적 과학인재의 산실
광주과학기술원(이하 GIST)은 3월이면 드디어 첫 학부생이 입학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으로 바뀌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40%나 증가해 개원 이래 처음으로 1,000억 원 시대를 맞았다. 개원 16주년을 맞은 GIST의 변화와 변혁을 이끌고 있는 선우중호 원장을 만나 GIST의 성공 요인을 들어봤다.
“우리나라 대학은 강의실에서 교수가 강의하는 건 누구도 터치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전 이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학은 학생을 가르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학사 과정의 교수는 연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교육의 질’로 평가 받아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가를 사전과 사후로 나눠 충분히 대화하고 철저히 평가할 겁니다.”
부드러운 첫 인상과 달리 선우중호 원장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오랜 고민과 성찰에서 비롯된 단호함이 엿보였다. 대학원 과정과 일반 학사 과정에 참여하는 교수의 평가 기준을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칼텍 뛰어 넘는 세계 최고의 교육 수준
선우 원장이 GIST에 부임한 것은 1년 반 전. “일생 동안 대학에서 지내면서 후회스러운 것이 많았다”는 선우 원장은 “교육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대학을 만들고 싶어서 GIST를 선택했다”고 전한다.
개원 역사는 물론 교수진의 연령까지 비교적 젊은 GIST에서라면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대학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꿈은 이제 현실이 됐다. GIST가 개원 초기부터 목표로 하고, 선우 원장 역시 꿈꾸었던 학사 과정의 신입생을 처음으로 모집한 것이다.
“비록 100명으로 시작하지만, 내년에는 200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 정원을 늘일 생각은 없어요. 우리 규모에서는 그 정도가 적절하단 생각입니다. 4년간 아주 강하게 교육할 겁니다.
교수가 강의실에서 강의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발전 속도와 능력을 고려하는 퍼스널 케어를 중시할 겁니다.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을 3대 1 수준으로 하고, 학생과 교수를 일대일 멘토 시스템으로 묶어 최적의 학습 환경을 제공합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을 뛰어 넘는 세계 최고의 교육 수준이 될 겁니다.”
GIST는 학부생에게 학기당 100만 원 정도의 기성회비를 받는 외에는 등록금, 기숙사비 등을 모두 무료로 할 방침이다. 학생의 절반은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하 칼텍) 등 학점 교류 대학에서 12주 동안 연구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고, 이공계 과목은 100% 영어로 진행한다.
특히 창의적이고 균형 잡힌 과학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인문사회 및 예능 등의 소양교육을 강화한다.
“인문사회 과목은 사람의 심성을 다루는 것으로 다른 이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것은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과학자가 사물을 바라 볼 때도 적용됩니다. 그런데 이공계 전공자들에게는 1, 2학년 때가 아니면 평생 공부하기가 어려워지는 학문이기도 해요.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선 인문‧사회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1, 2학년 때는 칼텍이나 MIT 수준으로 기초과학에 집중하는 동시에 인문, 사회, 예능 소양교육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승마, 골프, 바이올린, 피아노 등 예체능 분야 가운데 하나를 골라 졸업 때까지 마스터할 수 있도록 하는 ‘1인 1기’ 교육을 실시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 가운데 하나이고요.”
이 같은 차별화된 교육으로 졸업 후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이끌 창의적인 과학인재로 강력히 자리매김할 거라고 선우 원장은 강조한다.
아시아 1위 대학의 비법
석‧박사 과정에 900여 명이 재학하고 있는 GIST는 지난해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더 타임스-QS’의 세계대학 평가 결과, 교수 논문 피인용 부문에서 세계 14위, 아시아 1위에 올랐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2008년도 ‘대학 연구 활동 실태조사 분석’ 결과, 2008년도 대학교원의 1인당 특허 출원 및 등록 실적에서도 국내 1위를 차지하였고, 교원 1인당 SCI 논문 수에서도 지난 12년간 국내 1위를 고수하는 등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GIST의 교수진들은 연구 외에는 그야말로 한눈 팔 새가 없다. GIST는 개원 초부터 연구 실적을 인사 고과에 반영, 일정 수 이상의 SCI급 논문을 쓰지 않으면 승진 심사에서 탈락시킨다. 정년보장 심사 때도 마찬가지다.
승진 심사에서 통과될 확률은 50~70%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엄격하다. 교수가 승진 심사를 신청하면 같은 학문 분야의 외국 저명 교수로부터 의견을 받아 심사에 반영하는 ‘동료 평가(Peer Review)’와, 교수 평가에 학술지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수인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도 도입했다. 이 같은 강력한 규정이 아시아 1위의 대학으로 우뚝 선 비결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그러나 선우 원장은 규정보다도 교수들 간의 ‘교감’이 주효했다고 전한다.
“교수들 스스로가 개원 초기부터 GIST를 세계적인 대학에 진입시키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해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교수 채용의 강력한 기준을 스스로 정립하고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과에서의 승진, 임용 기준이 본부 차원의 규정보다 강하고요. 이러한 자율적이고 경쟁적인 학내 분위기가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습니다.”
선우 원장은 GIST의 이 같은 여세를 몰아 2020년에는 세계 대학 랭킹 3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전한다. 더욱이 2010년 학사과정 설립으로 영재대학 교육을 통해 1% 과학인재를 육성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라고 한다.
선우 원장은 한국 이공계 미래를 위해서 정부에서 이공계 교육만큼은 정부가 손을 대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공계 교육을 보다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국립대학은 물론 사립대학 역시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
“요즘 기술이 좀 빨라야 말이죠. 그러한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선 실험 기자재를 비롯한 각종 연구 장비 역시 그에 맞춰 바꿔줘야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못해요.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졌으면 합니다. 논문을 몇 편 썼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얼마나 충실한 교육을 했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대학의 기본 기능은 (연구가 아니라) 인재 양성이거든요. 이 기능이 언제부턴가 도외시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연구의 질(質)도 문제라고 한다. 국가R&D 예산의 절대적인 액수는 비록 적지만 국내총생산(GDP)의 5%는 실로 엄청난 숫자이다. 경제 규모에 비해 연구개발비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또, 결코 적지 않은 만큼 이제는 ‘효율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양보다 질적인 면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선우 원장은 “효율성에 대해서 과학기술인 스스로가 질문해봐야 한다”고 전한다.
선우중호 원장은
1973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토목공학 수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선우중호 원장은 1974~1995년 서울대학교 교수와 공과대학교 학장을 역임하고, 1995년 서울대학교 부총장, 1996~1998년 서울대학교 총장, 2000~2004년 명지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8년 광주과학기술원 원장으로 부임했다.
<교과부 발행 Focus 2월호 "길에서 만나는 과학"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