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ltimedia mosaic of moments at GIST
첫 학부생 모집, 전원 학비 무료
"한국의 칼텍’이 과학인재 키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ㆍ지스트)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신(新)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850명에 달하는 석박사 인력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이곳은 1993년 ‘광주과학기술원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연구중심대학이다.
괄목할만한 연구성과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학술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12년간 교수 1인당 SCI(과학인용색인) 논문발표는 지난해 41.82건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대(POSTECH)를 제치고 국내 1위였다.
과학기술분야 전임교원 1인당 특허보유 및 출원건수도 지난해 각각 6.938건과 2.370건으로 역시 국내 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때문에 ″대전에 카이스트, 포항에 포스텍이 있다면 광주에는 지스트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15년만에 학부생 모집, 새로운 도전
9월부터 수시 80명, 정시 20명 선발
9월 수시로 80명을 모집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12월 정시 20명 모두 100명의 학부생을 모집한다.
오는 5월부터 6월까지 전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시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들 선발된 100명의 학생들은 2학년까지는 자유전공으로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과 수학분야에 대한 집중교육을 받게 된다.
이 과정을 통과해 3학년이 되면 △생명과학 △화학ㆍ소재 △전기전산 △응용물리 등 4개 분야 중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지스트 학장을 맡고 있는 기전공학과 이관행 교수는 “아무리 재능있는 과학자라도 기초분야가 약하면 석박사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며 “소수정예의 인재들을 대상으로 기초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창의적인 연구성과를 내는 학생들을 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을 소수정예로 선발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대우도 최고로 해줄 방침이다. 신입생 100명에게 등록금을 포함한 수업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100% 학교 기숙사를 배정할 방침이다.
신입생 100명에 대한 학비는 국고지원과 대학에서 특허개발과 기술이전으로 창출하는 수입으로 충당하게 된다.
특히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석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거의 동일한 혜택이 주어진다.
현재 지스트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은 학기당 316만원, 년간 600만원이 넘는 수업료를 전액 면제 받고 있다. 100% 기숙사 배정은 물론 연구장려금, 학자금 및 식비보조금은 추가로 지원된다.
학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받으면서 고급 과학교육을 받는 것이다.
″발전 가능성 크다 ″대기업들 관심 집중
삼성전기․두산중공업과는 공동연구 진행
1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학원이지만 이미 응용기술 분야에세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4월26일에는 지스트 신소재공학과 이광희 교수팀이 개발한 플라스틱 태양전지가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광학분야 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에 연구논문으로 소개됐다.
이광희 교수팀은 단일 구조의 플라스틱 태양전지에서 6.2%의 에너지 전환효율을 획득하여 국제적인 태양전지 검증기관인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로부터 효율성 검증을 받았다.
이는 단일구조로 이루어진 태양전지분야에서 현재까지 검증된 효율 중 세계 최고 기록으로 차세대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이란 기대감을 낳고 있다. 이광희 교수는 지난 2006년에도 세계 최초로 전기가 통하는 순수금속특성플라스틱을 개발해 네이처 지에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성과가 속속 나타나기 시작하자 국내 대기업들도 지스트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스트출신의 석박사 인력들을 자사 직원으로 선발하는 것은 물론 삼성전기, 두산중공업, LG이노텍과 같은 대기업은 각각 LED 효율향상, 해수담수화 플랜트, 바이오센서 분야에서 지스트소속 연구팀들과 공동으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일부 대기업들은 개원초기부터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 1995년 광주를 기반으로 하는 금호아시아나가 교내에 각각 50억원․100억원을 들여 금호관(정보통신연구동)과 금호연구관(생명과학연구동)을 지은 것을 시작으로, 1996년에는 LG가 51억원을 들여 LG과학도서관을 세웠고, 2000년에는 삼성전자가 50억원을 출연해 삼성환경과학연구동을 무상으로 기증했다.
향후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광주지역의 특화산업이기도 한 광(光)산업 단지인 첨단산업단지를 배후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스트가 있는 광주광역시 북구에는 현재 한국광산업진흥회(KAPID), 한국광기술원(KOPT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광통신연구센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서남권지원센터, 한국전자부품연구원(KETI) 광주분소 등 광산업 국책 연구소들과 관련 생산업체 350여개가 빼곡히 입주해 있다.
광주 지역 최대기업인 삼성광주전자가 있는 광주 하남산업단지도 지스트와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지스트 함인석 행정실장은 “현재 지스트 부지에 광주과학고등학교(2010년)와 국립광주과학관(2011년)이 옮겨 오게 된다”며 “과학 관련 각종 기관들이 지스트 근처로 몰려오면 첨단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이 지역이 명실상부한 광주 지역의 과학기술 메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정예 연구중심대학인 ‘칼텍’벤치마킹
교수 1인당 학생 3명, 1대1 멘토 시스템
광주의 과학기술 메카를 넘어 한국의 칼텍(Caltech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있는 칼텍은 동부의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함께 양대 이공계 명문대학으로 손꼽힌다. 미동부에 ‘MIT’가 있다면 서부에 ‘칼텍’이 있다는 말도 있다. 학부생 수가 1000명을 넘지 않는 소수정예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노벨상 화학상과 물리학상을 비롯해 노벨상 수상자만 30명 넘게 배출했다.
천재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한때 방문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1986년 출범한 포스텍(포항공대)도 칼텍을 모델 삼아 출범했다.
지스트도 캘리포니아 공대처럼 학사과정과 석박사 과정이 일관 공정 방식으로 결합된 소수정예의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학부생을 전담하는 교수진도 모두 160명으로 교수 1인당 담당학생 비율이 3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개별 지도해줄 시간적 여력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스트에서는 학생과 교수들은 모두 1대 1 멘토시스템으로 묶여있다.
모든 학부수업도 문답식 세미나 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지스트 이관행 학장은 “학부생들에게도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과 거의 비슷한 학습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최근에는 칼텍의 원로석좌교수들과의 협의를 통해 지스트의 교육과정을 전면 손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문.사회 제외한 전 과목 영어강의
외국대학과 교류, 해외연수도 추진
하지만 지스트는 이공계 대학으로만 만족하지 않을 계획이다. 과학기술 전공 우수인재들에게 인문, 사회, 교양교육을 시켜 창의성이 겸비된 인재로 배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때문에 미국의 칼텍 뿐만 아니라 스와스모어 대학(Swarthmore College)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있다.
미국 펜실베이나주 필라델피아 근처 스와스모어에 있는 이 대학은 애머스트(Amherst), 윌리엄스(Williams)대학과 함께 3대 인문학 대학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수준 높은 인문, 사회, 예술 교육으로 유명하다.
수업의 대부분은 토론식으로 진행되며 전체 학부생 수도 1500명 가량에 불과하다. 올해 미국의 권위있는 입시전문 기관인 ‘프린스턴 리뷰’가 선정한 ‘같은 학비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스트도 학생들의 인문, 사회, 교양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고급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인문, 사회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위해 학부에서는 응용과목의 수업을 줄이는 대신 인문, 사회, 예술 분야의 강의시간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기초수학과 과학 교육은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인문사회 과목을 제외한 전 과목 강의를 100% 영어로 진행할 계획이다.
우수학생들은 여름방학 2개월간 해외연수를 보내고 학기 중엔 외국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보내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연수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학교에서 부담할 예정이다. 이관행 학장은 “지난 2월부터 미국의 일리노이, 버클리, 미시간대학과 해외연수 프로그램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면서 “수준 높은 외국대학과의 선별적 교류를 통해 타 대학과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선우중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원장
〃이틀에 한 번꼴로 서울 오가며 학교홍보
GIST 브랜드 팔고다니는 난 세일즈맨!〃
지난해 6월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수장으로 취임한 선우중호(鮮于仲皓ㆍ69) 원장은 부쩍 바빠졌다. 지스트 개원 이후 최초로 오는 9월부터 학부 신입생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한 지난 4월28일에도 선우 원장은 서울출장을 마치고 급히 광주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일주일에도 2~3번씩 KTX를 타고 광주와 서울, 과천을 왔다 갔다 합니다. 아직 신생 학교인지라 외부 사람들은 ‘지스트’ 하면 머릿속에 딱 안 떠오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만나는 사람마다 제 이름과 학교 이름이 적힌 명함을 돌리며 우리 학교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우 원장이 과거 서울대 총장을 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서울대 토목공학과 출신의 선우 원장은 서울대 공대교수를 거쳐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다.
“서울대 총장 시절에는 미리 만들어진 틀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별로 없었죠. 과거에는 부탁 받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부탁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지금은 학교 이름을 팔고 다니는 세일즈맨이 됐습니다.”
세일즈맨이 된 선우 원장이 요즘 가장 열심히 홍보하는 것은 학부생 모집이다.
1993년 설립된 지스트는 오는 9월 수시 80명 모집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학사과정을 새로 열게 된다. 과거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만 받아들이던 지스트가 학부생을 모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의 석박사 과정만으로는 학부과정부터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나오는 고급 이공게 인력을 키워내는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석박사 과정만 있는 학교는 반쪽짜리 학교에 불과합니다. 지스트도 1993년 출범 당시부터 학사과정을 염두에 두고 출범했으나 그 동안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석박사 과정만 운용하면서 15년을 보냈습니다.
훌륭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졸업 때부터 좋은 학생을 잘 선발해 기초부터 잘 키워야 합니다.”
최근 ‘대학원 중심 대학’ 방향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선우 원장은 나름대로의 소신을 피력했다.
“대학원 중심 대학이란 개념은 서울대에서 먼저 사용했습니다.
학사과정에 너무 치우친 대학의 연구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당초 ‘연구중심대학’이란 개념으로 사용한 말인데, 지금은 오히려 본말이 전도돼 학사 과정은 생략한 채 ‘대학원’만 강조하고 있죠. 세계 어디에도 ‘대학원’만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은 없습니다.
칼텍과처럼 수십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명문대학도 학부생을 받고 있습니다.”
선우 원장은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가장 핵심은 학생들의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되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이 서울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서울대를 가면 일정한 삶의 수준이 보장될 것’이란 기대가 있어서입니다. 때문에 미국에 있는 하버드나 프린스턴 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학비는 비싸지만 이 학교를 졸업하면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 때문에 기를 쓰고 가려고 하는 거죠.
마찬가지로 지스트도 학생들의 경력 개발에 중점을 둬 ‘이 학교만 졸업하면 어느 정도 수준이 보장되겠구나’하는 기대를 심어주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약력
1940년 서울 출생
경기고 졸업
서울대 토목공학과
美 콜로라도주립대 공학박사
前 서울대 총장
前 명지대 총장
현) 광주과학기술원 원장
< 주간조선 2009.5.18 2055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