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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7년2월12일(월) 35면(오피니언)에 노도영 교수님의 과학칼럼이 게재됐습니다. 아래는 원문입니다.
[동아일보과학세상] X선, 나노세계를 보는 눈
노도영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교수
최근 나노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세계가 일반인에게 성큼 다가왔다. 우리가 매일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 속에 수십 혹은 수백 nm 크기의 무수히 많은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은 나노 물질의 항균작용에 대한 광고가 흘러나온다. 어느새 우리 기술은 마이크로 세계에서 나노의 세계로 넘어가는 중이다.
가파른 속도로 일상생활을 파고드는 나노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나노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1900년대 후반까지의 기술을 지배했던 마이크로 세계는 우리 눈으로 확인 가능한 가시광선 빛을 이용한 현미경으로 볼 수 있었다. 마이크로 세계보다 1000분의 1 정도로 작은 나노 세계를 보는 눈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1000분의 1 정도로 작은 빛이 아닐까? 이렇게 아주 짧은 파장을 가진 빛이 바로 우리가 병원에서 몸속을 들여다볼 때 사용하는 X선이다.
X선은 1895년 뢴트겐이 발견했다. 지금은 일종의 빛이라고 잘 알려져 있지만 ‘X’란 이름이 말해 주듯 당시에는 정체 모를 새로운 광선이었다. 이 광선을 뢴트겐은 부인의 손에 비췄다. 감광지에 인화된 뢴트겐 부인의 손은 최초의 X선 사진이자 뢴트겐이 제1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실험 결과였다. 당시 영국 일간지에서는 X선이 투과하지 못하는 여성의 속옷을 광고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고 하니, X선 발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매우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X선이 물리, 화학, 생물, 의료 분야의 연구 및 기술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매우 컸다. X선을 발견한 뢴트겐과 X선이 nm 이하의 파장을 가진 빛이라는 것을 규명한 라우에, 브래그를 비롯해 1988년까지 23명의 과학자가 X선을 이용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잡슨과 크릭이 DNA 분자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것은 X선을 이용한 대표적인 연구 결과다.
이렇게 많은 노벨상급 연구 결과가 X선을 이용해 창출된 배경에는 원자 사이의 거리와 비슷한 파장을 가진 X선이 원자를 볼 수 있는 좋은 ‘눈’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X선은 물질을 잘 투과해 물질의 내부를 볼 수 있으므로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의료검진 도구로 사용됐다. 공항의 보안검색에서도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최초로 발견된 지 110년이 지난 지금 X선은 ‘나노의 세계를 보는 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나노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보기 위해서는 기존의 X선보다 훨씬 강력한 성능의 X선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이런 고성능 X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차세대 X선 광원을 앞 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미국에서 2008년 가동을 목표로 개발하는 자유전자레이저 X선 광원(LCLS)이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가동되는 포항 방사광가속기를 능가하는 X선 광원의 개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과 같이 자유전자레이저 X선 광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초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한 X선 레이저 광원 개발에 착수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나노의 세계를 보는 눈’의 개발은 세계적으로 진행된다. 나노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의 모양을 보고 그것이 아주 빠른 시간에 움직이는 모습까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 과학자의 호기심인가 보다. 호기심을 바탕으로 나노기술이 발전하고, 나노기술이 진정으로 인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인지라.<노도영, 2007.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