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후 품종 개량, 비료와 작물보호제의 사용으로 농업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1950년 이후 세계 인구가 3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도 세계 식량 사정은 오히려 나아졌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쌀, 밀 등 주요 농산물의 수확률 상승세가 정체되고 있고 작물보호제에 대한 내성 증가, 산업화로 인한 경작지 감소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BT, IT 기술과 융합하며 농업은 다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BT기술은 종자 개발에서, IT기술은 재배 농법에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종자 개발에서는 DNA 마커 육종과 CRISPR/cas9(제3세대 유전자 가위)이 주목 받고 있다. DNA 마커 육종은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육종 기술로서 종자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CRISPR/cas9은 종전의 유전자 가위기술에 비해 정확성, 시간, 비용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발전하였으며, 유전자 변형기술에 대한 우려를 크게 줄이는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CRISPR/cas9이 발견된 이후 불과 몇 년 사 이에 관련 연구와 새로운 시도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재배 농법에서는 정밀농업이 최근 IT 기술의 발전으로 본격적으로 비상을 시작하고 있다. 정밀농업은 물·비료 등을 가장 적절할 때,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양을 투입함으로써 작물의 품질과 수확을 최대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성 증대 뿐 아니라 물, 비료, 작물보호제 등 자원이 불필요하게 투입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원가절감은 물론 환경오염과 자원낭비를 줄일 수 있다. 센서 기술과 카메라 영상기술, 드론 기술,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처리기술, 로봇 및 인공지능은 제곱미터(㎡) 단위 혹 은 그 이하 단위로 세분화된 경작지별, 그 리고 개별 작물별 맞춤형 농업이 가능한 시대를 열고 있다. Monsanto 등 종자·농화학업체, John Deere 등 농기계업체 뿐 아니라 드론 및 데이터 처리 관련 스타트업들이 정밀농업에 뛰어들고 있다.
CRISPR/cas9은 많은 혁신들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할 가 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밀농업은 예상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거의 없다. 자금이 많은 거대 기업들과 국가적 프로젝트로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대규모 농지 뿐만 아니라 중소형 농가, 제 3세계에도 적용범위가 확산될 수 있고 환경보호 등으로 지속가능농업의 기초가 될 수 있다. Low Tech 산업으로 여겨지던 농업은 BT, IT 기술의 날개를 달고 첨단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은 그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