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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개발 힘 모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인간은 왜 광합성을 할 능력을 갖지 못했을까.
사람이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다면, 물론 우리의 피부색이 녹색이 된다는 어색함이 있겠지만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해서 굳이 하루 세끼 먹을 것을 구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비만이나 당뇨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도 인간이 식물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혹은 등산을 하다가 나무를 보면서 경이감에 젖을 때가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나무들이 겉보기와 달리 정말 영리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수억 년 전 지구상에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미생물이 탄생했다. 빛 에너지를 모으고 저장시키는 엽록체를 자신의 세포 내로 영입한, 탁월한 선택을 한 미생물은 지구로 오는 거의 유일한 에너지원인 태양에너지를 독점적으로 활용하면서 종족번식을 계속하고, 결국 식물이라 불리는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식물은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 중 가시광선에 해당하는 빛을 광합성이라는 지극히 효율적인 방법으로 수확하고, 물과 이산화탄소를 환원시켜 탄수화물의 형태로 잎, 줄기, 열매에 저장한다. 이 화학에너지를 자기 방어와 종족 번식에 사용한다.
광합성을 할 수 없는 미생물이나 동물들은 태양에너지를 받아서 활용할 수 없어 식물로부터 에너지를 빼앗는데 기술들을 축적하게 된다. 식물과 엽록체 사이의 공생관계처럼, 동물은 탄수화물에 저장된 에너지를 꺼내 활용하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전문가를 영입하고 공생하게 된다. 미토콘드리아는 탄수화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동물이 그 에너지로 활발히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동물은 식물의 에너지 저장공장인 잎, 종족 번식을 위해 만든 씨앗, 그리고 씨앗이 널리 퍼질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열매들을 먹는 것이다.
어느덧 식물과 동물 사이에 에너지 전쟁이 시작된다. 평화롭게 지구의 주인으로 지내오던 식물들은 중생대 쥐라기에 등장한 엄청난 포식자인 공룡들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키를 키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 목이 긴 공룡들이 생겨나서 높은 곳에 있는 침엽수의 잎들을 먹기 시작한다. 이에 식물들은 잎을 삼키기 어렵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을 보호하기 시작한다.식물에 있는 여러 가지 독,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니코틴, 모르핀, 카페인 같은 알칼로이드나 탄닌, 피톤치드 등은 모두 식물들이 미생물이나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화학무기들이다.
현재까지 인간은 화석연료를 이용해 에너지를 사용해 왔다. 화석연료 대부분이 식물을 이루는 유기물의 환원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식물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저장하는 방법, 즉 태양전지나 태양열 발전을 최근에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인간이 직접 광합성을 할 수 없다면, 식물의 광합성 시스템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독자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화석연료 고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재생 에너지 개발의 일환으로 인공광합성이나 태양전지 연구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요구이기도 하지만, 긴 역사를 통해 본다면 인간이 식물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서야 시작되고 있는 게 아닐까.
서지원 지스트(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 (디지털타임스 2013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