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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석좌교수, 세계일보 "사이언스 리뷰" 기고 - <새해 새 몸 새 마음>

  • 이석호
  • 등록일 : 2014.03.21
  • 조회수 : 2012

 

 

 

 

새해 새 몸 새 마음

 

김희준 석좌교수

 


  얼마 전 빅뱅에 이어 우주 역사에서 두 번째로 큰 폭발이 관찰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138억년 전에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이 가장 큰 폭발이었겠지만 빅뱅 자체는 우리가 관찰할 수 없고, 빅뱅의 결과물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37억광년 거리에서 관찰된, 그러니까 37억년 전에 일어난 이 초신성 폭발은 인간이 지금까지 관찰한 가장 큰 폭발인 셈이다. 37억년 전이라면 지구상의 생명이 갓 태어난 시기이다. 37억광년 거리에서 일어났으니 다행이지, 태양계 가까이에서 일어났더라면 갓 난 생명이 꽃도 피워보기 전에 순식간에 사라질 뻔했다.

 

  초신성 폭발은 무거운 별이 일생을 마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내놓고 사라지는 별의 죽음이다.

 

1년간 자기 체중만큼 원자 갈아치워

 

  그런데 초신성 폭발이 중요한 것은 이때 그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탄소, 산소, 철 등의 원소가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서 다음 세대의 별을 만들고, 또 그 과정에서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초신성 폭발의 충격파는 주위 물질에 회전력을 제공해서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까 지구상의 물질도,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생명이 태어나고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 원인도, 태양계가 태어난 46억년 전 그 이전 언제인가 일어난 어느 초신성 폭발이 제공한 것이다.

 

  지구상 생태계의 일부인 인간은 수십억년 전 어느 초신성에서 온 원자들을 다른 생명체들, 심지어는 자연의 무생물들과 교환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이 순간에 호흡하는 한 숨에도 2000여년 전에 석가가, 공자가, 그리고 예수가 내쉰 한 숨에 들어있던 산소와 질소 원자들이 한두 개는 들어있게 마련이고, 오늘 내가 내쉰 숨에 들어있는 이산화탄소는 언젠가는 어느 골짜기에서 진달래를 꽃피우거나 살아서는 가보지 못한 어느 땅에 암석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문자 그대로 맞는 말이고, 인류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무생물까지도 원자들을 공유하는 하나의 형제인 셈이다.

 

  한편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일부 세포는 죽어 해체되고,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져서 죽은 세포를 대체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음식을 먹는 것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자체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몸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 몸은 1년 동안에 자신의 체중 정도에 해당하는 원자들을 갈아치운다고 한다. 우리 몸에는 대략 100조개의 세포가 있고, 하나의 세포에는 대략 100조개의 원자가 있으니까 우리 몸은 100조 곱하기 100조개, 그러니까 1에 0이 24개 붙은 개수의 원자로 이루어진 셈이고, 우리는 1년 만에 100조 곱하기 100조개의 원자를 내보내고 또 새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년 맞아 심기일전 할 근거 충분

 

  우리는 또 한 번 새해를 맞았다. 지나간 일은 뒤로하고 새 마음, 새 결단으로 새해를 살아가야 하겠다.

 

  그런데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듯이 몸과 마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사고, 기억 등 모든 신경계의 작용은 결국 신경세포와 신경전달물질들의 작용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징적이나마 새해를 맞아 새 몸으로 거듭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한다는 것은 충분히 근거가 있고 백번 타당한 말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지속하고, 정치와 교육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며, 특히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새 몸과 새 마음으로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하겠다.

 

 

김희준 GIST 석좌교수·화학(2014년 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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